2008년 2월 10일 저녁.
예수님의 제자들이 텔레비젼을 통해서 남대문에 불이 나는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심각하게 텔레비젼 앞에 앉아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제자들과 달리 몇몇 잠자고 있던 제자들은 비몽사몽 간에 일어나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헛소리를 했다.

" 이 밤에 무슨 영화야. 잠들 안자고 뭐해?" 베드로가 물었다.
그러자 요한이 대답했다.
" 실제상황이야. 일어나서 텔레비젼 좀 보라고."

그제야 심각한 상황이 발생한 것을 알게 된 제자들이 대한민국 국보 제1호가
불타고 있는 장면을 지켜보면서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하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도마가 말했다.
"테러다. 이건 아랍인들의 짓이야. 9.11테러처럼."

유다가 말했다.
"아니야. 아랍사람들은 한국에 감정없잖아.
이건 일본 사람들이한 짓이야.
광복절 날 신사참배를 하더니 이반에는 테러까지 하다니...
이건 완전 선전포고를 하는 거로군."

옆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텔레비젼을 시청하던 빌립도 한마디 했다.
"내가 다른 뉴스를 봤는데 지금 숭례문도 불타고 있대.
한국에 전쟁이 일어났나봐. 북한이 공격한거 아니야?"

그 말을 들은 유다가 맞장구를 쳤다.
"뭐! 그러면 이거 상황이 심각한데?! 정말 전쟁 아니야!"

베드로가 말했다. "이런 무식한...숭례문이 남대문이라구~
그 정도는 초딩들도 안다!"

결국, 더 이상 집에 앉아서 텔레비젼으로 구경만 할 수 없다고 생각한 제자들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 사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남대문 주변은 붉은 색 소방차들이 둘러싸고 있어서 아예 일반인들은
접근하기도 어려웠다. 그곳에서 소방대원들이 열심이 방재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사방에는 소방호수가 널려 있고 주변 도로 바닥은 물바다가
되어 버렸다 그렇게 땀 흘리며 물을 뿌리고는 있지만 불길은 더 높이
번지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보고있던 도마가 말했다.
"소방대가 늑장 대응해서 다 타버렸잖아."

야고보는 "문화재 관리자들이 기와를 뜯지 말라고 해서 불이 더 번진거래."
라며 관리자들에게 책임을 돌렸고,

유다도 "문화재청이 책임져야 할 문제야."
라며 야고보의 의견에 무게를 실었다.

그러자 그 옆에서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던
베드로가 말했다. "전문가들이 남대문을 일반
시민들에게 개방하지 말라고 했는데,
애초에 남대문을 개방했던 게 화근이었어.
그러니까 이건 서울 시장이 책임져야 해."

그리고 이어서 흥분의 도가니에 빠져 있는 도마에게 말했다.
"도마, 남대문이 완전 열려 버렸어."
그러자 도마가 깜짝 놀라 자신의 바지 지퍼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바지 지퍼를 슬쩍 올렸다.
물론 베드로는 불타는 남대문을 두고 한 말인데 우연히
도마에게 맞아 떨어진 것이었다

계속 불길이 남대문을 모두 집어 삼키는 것을 보고 망연자실한
제자들은 이것이 현실이 아니라 악몽이기를 바랐다. 그러나 이 사
건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제자들은 마치 자신의 고국에서 일어난
일인 것처럼 슬퍼했다. 드디어 사건이 일어난지 이틀 후에 범인이
잡혔다는 뉴스가 터져 나왔다.

약간 과격한 편인 도마는 범인을 역적으로 간주해서 사형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다도 범인을 천하에 공객하고 공개처형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요한은 흥분한 제자들을 안정시키며 그건
너무 심하다면서 종신토록 반성문을 쓰게 하는게 어떻겠냐고 물
었다. 유다는 요한의 말에 화를 내면서 말했다.
"너 혹시 범인하고 같은 편이니?
세상에 자기 나라의 국보급 문화재를 대상으로
범죄를 하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어?
고작 반성문으로 끝내자는게 말이 돼!"

서로 의견은 달랐지만 제자들은 범인에 대한 이야기뿐만이 아니라
화재의 책임을 정부 기관이나 관료들 소방서, 문화재청, 사설 보안
관리 책임자 등 모든 사람에게 물어서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다음 날 아침 묵상하는 시간이 되었다. 제자들은 성경말씀을 나중에
묵상하고 먼저 화재로 소실된 남대문에 대해서 생각을 나누자고 하셨다.
제자들은 갑자기 얼굴 표정이 바뀌더니 보고 들은 것과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쏟아놓기 시작했다.

제자들의 흥분한 모습을 보시던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희들 지금 속에서 불이 나지?"
제자들은 "당연하죠!" 하고 대답을 했다.

그러자 예수님은 "그러면 우선 그 불부터 꺼야겠다." 하시고는
제자들에게 모두 개울물에 몸을 담그라고 하셨다. 그래서 난데없이
제자들은 차가운 개울물에서 반성을 해야 했다.

밖으로 나온 제자들은 이제는 추워 죽겠다고 아우성이었다.
그런 제자들을 보시며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사랑하는 제자들을 추위에 떨게 할 수 없지. 내가 뜨겁게 해 주마."

순간 제자들은 최후의 심판은 물이 아니라 불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 남대문 화재가 하나님의 최후의 심판을
예고하는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냈다.

그렇잖아도 화재의 현장을 지켜보면서 과거 로마시대 때, 믿는 사람들이
붙잡혀서 화형 당하던 장면들을 떠올렸던 제자들은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는 이제 세상을 심판하시려는 줄 알고 두려움에 덜기 시작했다.

그런 제자들에게 예수님이 말씀하셨다.

"사랑하는 제자들아, 남대문 화재 사건에 대해서 너희들은 이런 저런
말로 비난의 화살을 쏟아내기만 했는데 그 속에 너희 자신들의
이야기는 하나도 없더구나.

책임만 따지나고 해결된 물제라면 얼마나
좋겠느냐?
이 세상의 이치도 마찬가지 아니겠니?
나중에 하나님의 불심판이 있을 때도 책임만 따지고 있을 것이냐?
이 사건을 하나님의 경고라고 느꼈다면 더욱 너희 마음을 경건하게
준비해야 하지 않겠느냐?
각자 이 시대의 제자들로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아라."

그날 비로소 제자들은 계시록을 실감나게 묵상할 수 있었다.


(2008년 4월 새벽나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