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과 제자들은 피서 철을  맞아 동해 바다의 어느 해수욕장에 찾아 갔다.
해수욕장으로 가는 동안 제자들은 또 한번 시대적인 착각을 하였다.
제자들은 줄곧 갈릴리 바닷가를 추억하면서 찾아간 것이다.
갈릴리 바다에는 모래사장이 없었고 단지 작은 포구들만 있었다.
또 낮에는 조용하고 파도도 잔잔해서 마치 호수와 같았다.
하지만 밤이 되면 파도가 크게 일어 무서운 바다로 변하기도 하였다.
어부 출신이던 제자들은 그 갈릴리 바다에서 고깃배로 고기를 잡아서
끼니를 해결하였기 때문에 바다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 컸고, 바다라고 하면
오로지 갈릴리 바다만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2천년 전의 향수와 추억이
깨어지는 데는 불과 2분도 걸리지 않았다.

해수욕장에 펼쳐진 광경을 바라본 예수님과 일행의 입은 다물어지지 않았다.
우선, 놀란 이유는 수많은 인파 때문이었다.
제자들은 현대에서 사람들을 보면서 놀라는 것은 사람들의 숫자였다.
과거에는 많은 사람이 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에 어디를 가든지
수 많은 인파를 보면서 제자들은 여러 번 놀랐던 것이다. 그 다음으로 놀란
것은 의상 때문이었다. 비키니 차림을 하기위해 해수욕장에 온 건지
해수욕장에 오기 위해 비키니 차림을 한 건지를 알 수 없었다.
제자들은 해수욕장에 온 사람들의 과감한 노출에 넋을 잃을 정도였다.
해수욕장을 정신없이 걷고 있던 마태가 한눈을 팔다가 그만 등을
태우고 있는 사람의 발에 걸려 넘어졌다. 선탠을 하던 사나이는 금방이라도
싸울 기세로 벌떡 일어났다. 그런데 제자들을 본 그는 무슨 조폭패거리가
지나가는 줄 알고 아무 말도 못하고 도로 누웠다.
제자들은 사람 구경을 하고, 사람들은 제자들을 구경하는 광경이 벌어졌다.
두꺼비집을 만들며 놀던 아이들도 특이한 외모의 제자들을 발견하고는
하던 놀이를 그만 두고 제자들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베드로가 소리쳤다.
"애들은 가라!" 그러자 예수님은 과거를 상기시키셔다.
"어린 아이들이 내게 오는 것을 금하지 말아라. 천국은 저들의 것이라고
하지 않았느냐?"
드디어 예수님과 제자들이 자리를 잡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해변으로 바캉스를 온 사람들은 모두 파라솔이나 그늘 막을 하나씩 치고
그 안에 들어 있거나 모래사장 위에 엎드려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다.
물 속에서 물놀이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물 밖에 있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보였고 물 밖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뭔가를 먹고 있었다.
어떤 가족은 치킨과 김밥을 먹고 있었고 어떤 사람은 자장면을 시켜먹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삼겹살을 구워먹기도 하였다.
그런가 하면 어떤 어른들은 마치 술을 마시기 위해 해변에 온 것처럼
노상 술을 퍼마시고 있기도 했다.
한국 사람들은 어디를 가든지 항상 주방과 식탁을 갖고 다니는 사람들처럼 보였다.
먹는데 약한 제자들은 그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입가에 군침만 흘리고 있었다.
배에서는 연신 꼬르륵 하며 밥 달라는 신호가 울렸고 여기저기 제자들의 배에서
나는 그 신호가 합주곡을 이루었다.
참다못한 빌립이 예수님께 이 즈음에서 오병이어를 다시 한 번 해보자고 졸랐다.
이번엔 물고기와 보리떡으로 하지 말고 김밥과 통닭으로 하자고 했다.
생각해 보니 2천년 전의 오병이어 메뉴는 너무 값싸고 맛없는 것이었다고
생각한 것이다. 기왕에 음식이 불어나는 기적을 행하려면 보리떡과 생선으로
하지 말고 강원도 감자떡이나 통닭으로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하는 제자들도
있었다. 예수님은 물끄러미 제자들을 바라보시더니 제자들을 향하여 말씀하셨다.
제자드은 흩어져서 사람들에게 오병이어의 기적을 행할 테니 가지고
있는 음식을 내놓으라고 광고를 하였다. 그런데 사람들은 오히려 제자들을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기만 하였다. 결국, 오병이어의 꿈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제자들은 남들이 먹는 것을 바라보면서 손가락만 빨아야 했다.
그리고 제자들은 오늘의 실패에 대해서 분석을 하기도 했다.
계산이 빠른 유다는 이번 미션에서 실패한 원인으로 요즘 사람들은 먹는 것이
풍성하기 때문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자 사랑의 사도로 알려진
요한은 먹거리보다도 인간에게 사랑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웃에 대한 무관심하고 나눌 줄을 모르고 이기심만 채우는 것이 현대인의
모습이라고 비판을 하였다. 하지만 수제자 베드로는 달리 해석을 하였다.
무엇보다도 주님의 말씀에 대한 믿음이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을 하였다.
하지만 계속 침묵을 지키고 계시는 예수님이 눈치 보였던 제자들은 예수님의
의견을 들으려고 했다.
한 때의 실수로 의심 많은 제자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실은 스승에 대해 가장
의리가 있었던 제자 도마가 주님께 여쭈었다.
" 예수님 결론적으로 한 말씀 해주세요."
그제서야 예수님께서 입을 여셨다.
"그런데 내 생각에는 2천년 전과 현재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다른 곳에있다고
생각한다. 그때는 굶주린 백성들의 배를 채우고자 하여 기적을 행하였지만
현재를 너희들의 배를 채우려는 것이 목적이 아니냐?"
제자들은 한 마디로 대꾸를할 수 업었다 사실이 그랬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제자들은 예수님이 나눠 주신 광주리를 들고 해수욕장에 있는
쓰레기를 거두었고 그리하여 쓰레기만 12광주리가 모였다.
이윽고 해변에도 밤이 왔다. 모래 위에서 굶주린 배를 쥐고 잠을 청하려고
제자들은 드러누웠지만 배가 고파서 잠도 잘 오지 않았다.
그때였다. 누군가가 후레시를 비추면서 제자들이 누워있는 모래사장으로 다가왔다.
열댓 명쯤 되어 보이는데 하나같이 건장한 청년들이었다. 그들의 어깨에는
험악한 문신들이 가득했고 손에는 몽둥이가 들려 있었다. 단번에 조폭임을
알 수가 있었다.
그들은 자기들 구역을 제자들이 침법했다고 생각하고 전쟁을 하려고 온 것이었다.
놀란 제자들은 예수님을 찾았지만 예수님이 보이지 않았다. 베드로는 속으로
생각했다. '주님은 항상 결정적인 순간에 안 보이신다니까...'
결국 제자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그들은 한적한 곳으로 끌려갔다.
이제 어쩔 수 없이 조폭과의 한판 승부를 벌여야 하는것이다.
베드로는 '잘됐다 신나게 한판 붙자' 는 생각을 했다. 그들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나중에 주님 오실 때가 두려워 싸움을 피하려고 한 것인데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판사판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바로 그때였다.
바돌로매가 소리쳤다. "저쪽 바다를 봐!!"
바돌로매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니 어둠 가운데에 희미하게 보이지만 분명히
예수님이 물위를 걸오고 계셨다. 제자들은 감동 받았다.
2천년 전 갈릴리 바다에서 보았던 기적을 현대에서 다시 보게 되리라고는
생각을 못하였던 것이다. 비록 오병이어의 기적은 볼 수 없었지만 물위를 걷는
기적을 다시 보는 것만으로도 제자들은 날듯이 기뻤다.
반면에 조폭의 대다수는 졸도해 버렸다. 귀신이라고생각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조폭과의 싸움은 싱겁게 끝나고 말았다.
제자들에게 다가오신 예수님이 수제자 베도로게 말씀하셨다.
"내가 항상 결정적일 때 나타난다고 생각한 적은 없니? 믿음이 적은 자야,
왜 의심하였느냐?" 베드로는 비록 혼자말이지만 입술의 한마디 말도
다 듣고 계신 주님이 무서웠다. 하지만 문제가 더 커지지 않았으니 다행이라고
생각을 하였다. 도마가 예수님께 여쭈었다. "그런데 이 밤에 예수님은 어디를
다녀오시는 건가요?" 그러자 예수님은 대답 대신에 뒷짐 진 손에 들고 있는
물고기 한 바구니를 보여 주셨다.
굶주림며 잠든 제자들을 불쌍하게 보신 주님이 바다에 나가 물고기를 손수
잡아 오신 것이다. 그날 밤에 제자들은 주님의 사랑을 다시 한번 체험하였다.
그리고 주님과 함께 모래 위에 불을 피우고 생선 바베큐로 멋진 파티를 할 수
있었다.


2007년 7월 중.고등부 QT 새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