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긋한 냄새와 매끈한 촉감의
달력을 받아들고 한해를 설계하던 시간이
엊 그제 같은데
이제 가계부를 들여다보며
한해를 결산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뜯겨져 나간 달력과 반비례해서
통장은 더 두툼해졌으면 좋겠고
시침에 따라 분주하게 움직였던 만큼
마음도 풍요로웠으면 좋겠지만
삶이 늘 희망처럼 이끌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마지막 달력을 남겨두고
새삼 느끼게 합니다.

오늘에 사회상이
온통 게임장 같은 삶이어서
주식전광판 같은 긴박감이 감돌고
선두그룹만이 선택되는 승부의 현장이
늘 산재해 있어서
자신의 이익에만 너무 골몰하고
함께 나누는 삶에 인색 했습니다.

이제 한해가 마무리 되어가는 만큼
어떤 결과이든 겸허히 받아들이고
주위를 돌아보는 여유도 갖게 해주는
한 달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단지 계산이 서툴다는 이유만으로
승부에서 제외된 사람의 마음도 헤아려볼 줄 알고
물질의 풍요는 나누어도 줄어들지 않는
실천하는 사랑만이
가장 가치있는 사랑임을 깨닫게 해 주십시오.

            -사랑과 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