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번째 성품_받아들이는 사랑


서로 다르지만 함께 행복하다



나와 아내는 서로 다르지만 함께 있어 행복하다. 얼마 전 책 한 권을 읽었다. <<남편 성격만 알아도 행복해진다>>라는 책이다.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이백용.송지혜 부부의 이야기다. 부제는 '부인 성격 알면 더 행복해진다'이다. 그리고 책 띠지에는 '내 아내는 불량품, 내 남편은 쫀쫀이'라고 쓰여 있다. 이런 글을 보면 서로에 대해 화가 날 법도 한데, 표지에 실린 이들 부부는 머리를 맞대고 환하게 웃고 있다.



책의 요지는 사람들은 날 때부터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그 차이를 알고 상대방을 대한다면 행복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 사람의 성격과 기질은 서로 다르다. 그래서 기질별로 간절히 원하는 것과 못견디는 것이 서로 다르다. 이러한 차이를 상대방을 비판하고 손가락질하는데 사용한다면 그 관계는 깨어지고 찢어지기 일쑤다. 그러나 이러한 기질의 차이를 발전적이고 창조적으로 활용하면 혼자 있을 때보다 함께 있음으로 훨씬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다.



가만히 보면 한 배에서 나온 자녀들도 저마다 성격이 다르다. 죽고 못 살아 결혼하는 부부도 성격이 다르다. 아내와 나도 많은 면에서 다르다. 물론 착하다(?)는 것은 비슷하지만 서로 대비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18년 동안 함께 살다 보니 서로 닮게 된 부분도 있지만, 처음에는 다른 점이 훨씬 많았다.



아내는 철저한 계획파였고, 나는 철저한 기분파였다. 여행을 가더라도 아내는 계획이 확실해야 실행에 옮기는 성격이었다. 그러나 나는 대성리까지 여행을 갔다가도 날씨가 맑고 기분이 좋으면 그냥 속초까지 가는 성격이었다. 일단 출발하고 필요한 것들은 현지에서 공급했다. 그래서 늘 여행 일정이 연장되었고,돈도 예상보다 많이 썼다.



지금 생각해보면 서로 다르다는 것에 감사하게 된다. 왜냐하면 아내도 나처럼 마음이 움직일 때마다 무조건 여행을 떠나는 성격이었다면 우리는 아마 가산을 탕진했을 것이다. 모아 놓은 재산도 없는 사람이니 빚을 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나의 낭만에 적절하게 브레이크를 걸어 준 아내가 고맙기만 하다.



지금은 나도 계획을 세우는 쪽으로 조금씩 오게 되었고, 아내는 확실한 계획 없어도 여행을 떠나는 쪽으로 조금씩 오게 되었다. 참고로 나는 철학을 전공했고, 아내는 물리학을 전공했다. 나는 나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을 가지고 있는 아내가 좋다. 시간이 흐를수록 아내가 더 좋아진다. 스물네 살에 처음 만나 5년을 연애하고 결혼해 18년을 함께 살아온 아내는 지금도 어느 정도 다른 성격과 모습으로 내 앞에 서 있지만, 요즘 그것 때문에 싸운 적은 없다. 서로 티격태격 싸우지 않은 지가 벌써 10년은 된 것같다. 나는 아내가 사랑스럽다. 아내도 분명 내가 사랑스러울 것이다. 아내와 나는 서로 다르지만 함께 행복하다.


라준석 지음 / 비전과 리더십